안녕하떼오 꽃분이에요.

제가 이 집에 온 지 딱 3주하고도 하루가 되었는데.. 집사언니가 너무 게을러터져서 블로그에 제 근황을 올리지 않고 있어요.

말로는 저랑 루시오빠를 먹여살리느라 바쁜 거라는데

컴퓨터 앞에서 타타타탁거리면서 가만 앉아만 있고 딱히 하는 일은 없어요.. 아님 종이쪼가리 뭉치만 들여다보든지요..

 

 

 

 

 

그 종이뭉치는 바스락거리는 걸 보니 장난감인데

자기 혼자 놀고 있으면서 뭐가 바쁘다는 건지

 

나가서 새나 쥐도 못 잡아오는 무능한 집사 같은데

제가 잘못된 집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근데 언니오빠가 사냥을 안 해오는데 먹을 건 많아요.. 신기해요

보통은 택배아저씨라는 사람이 상자에 담긴 음식이나 낚싯대 장난감을 갖다 주세요..!!

사실 제가 호의를 가져야 하는 닝겐은 언니오빠가 아니라 택배아조씨인 걸까요..?!

 

 

 

 

 

후.. 암튼

오늘은 이 집 고양이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러 왔어요.

 

 

 

 

 

먼저 이 집 언니 오빠는 매일 두어 번씩은 꼭 제 얼굴을 문질러요.

눈곱이랑 코딱지, 눈에 들어있는 털을 떼 주는 거라는데

제가 너~무 싫어해서 발버둥을 치면 좀 그만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얼굴에 먼지 쪼끔 붙어있는다고 죽진 않잖아요?

저는 스트리트 출신이라 강인해서 그런 사소한 거에는 신경 안 쓰는 쿨한 고양이인데

이 집 인간들은 너무 예민한 것 같아요.

 

 

 

 

게다가 언니는 약간 제정신이 아니예요..

저나 루씨오빠한테서 큰 코딱지를 채굴해 내면

그걸 기념한답시고 자기 다이어리에 붙여 놔요..

그리고 옆에다가 “방금 채취한 꽃분이 코딱지!! 엄청나!! 어떻게 이런 게 생성될 수 있지?” 같은 멘트랑 시간을 적어 놔요..

진짜 좀 미친 변태 같아요..ㅠㅠ

 

 

 

 

 

그래도 제가 처음 온 날에 비해서

 

 

 

 

 

많이 길어진 것 같아요!

 

 

 

 

 

빨리 더 길어져서 루씨오빠만 올라갈 수 있는 높은 곳에도 올라가고 싶어요.

지금은 캣폴 2층까지는 올라가는데, 다시 내려오질 못해서 언니가 발견할 때마다 내려주거든요..

그 때마다 언니오빠는 막 웃어요.. 굴욕적이에요…. 😥

 

 

오늘은 닝겐들의 시간으로 2019년 10월 28일 월요일인데, 첫 예방접종도 맞았어요.

진짜 너무 무서워서 계속 호다다다다다 떨었어요..ㅠㅠㅠㅠ 다신 병원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수의사 이모가 제 생일을 8월 20일로 정해 주셨어요.

생일은 ★새 장난감을 받는 날★이라는데, 지금도 넘쳐나니까 별로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빠가 새 별명을 지어 줬어요.

제가 불량젤리래요..

언니는 처음에는 딸기초코젤리라고 예쁘게 불러주다가 결국 불량젤리로 부르고 있어요 ㅠㅠ

배려보다 간편함을 선호하는 현대사회의 광풍이 이 집에도 휘몰아치고 있는 것 같아요.

 

 

 

 

 

루씨오빠의 꼬리는 정말 너구리 같고 탐스러워요.

저도 어른고양이가 되면 이런 복실복실한 너구리꼬랑지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근데 언니는 “넌 못생겨서 안 돼”랬어요 ㅠㅠㅠㅠ

후.. 묘권 따윈 없는 집..

 

 

 

 

 

며칠 전엔 언니 친구가 놀러 와서는

제 얼굴에 베네치아에서 사 온 냉장고 자석을 대고는 사이즈가 딱 맞는다면서 깔깔거리며 놀았어요.

귀여운 고양이는 정말 사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루씨오빠도 제가 연습하는 냥냥펀치를 다 참아주고

 

 

 

 

 

신나는 것도 많고

 

 

 

 

 

숨을 데도 많아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언니가 저번 주에 (웬일로) 이런 말도 해 줬어요.

아마 제 엄마가 저를 버린 게 아니라, 날씨가 아주 안 좋은 날 서로를 잃어버려서 떨어지게 된 걸 거라고

혹시라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슬퍼하지 말래요.

 

 

 

 

 

그래도 여기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웃으면서 잘 수 있어요!

 

 

 

 

 

그럼 조금 더 큰 고양이가 되어서 다시 소식을 전해 드릴게요.

저는 애기라서 금방금방 커질 거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안녕~

 

 

꽃길 걷는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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