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양이와 함께 이사하는 법, 즉, 이사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고양이를 데리고 무사히 이사하는 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웰집사네가 계약기간도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사를 해야 하게 되었어요.

바로 윗층에 음악작업실이 이사를 들어오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을 해버렸거든요……^^

이것 때문에 윗층과도 엄청 싸웠지만 해결이 되지 않아서, 결국 집주인과도 최종 담판을 지은 후 급하게 이사를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희에게는 지난 이사 직후에 쿄를 복막염으로 잃은 가슴아픈 기억이 있어요.

복막염은 스트레스를 비롯한 상당히 여러 이유로 발현이 되는 질병이기에, 정말 되도록 이사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었네요.

이사 준비 내내, 이번에도 뭔가 잘못된다면 윗층 것들을 어떻게 조질지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었던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사하고 나서 아이들이 하루만에 모두 적응을 해 주었고, 1개월 이상 아무 탈이 없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장하다 아들딸 ㅠㅠㅠㅠ

 

 

아드님의 박스 사랑

 

고양이는 소음에 민감하고 변화를 싫어합니다. 냥이들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예민보스..

때문에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집안에 모르는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내가 영역표시를 해 놓은 가구들이 사라지며(!), 엄청나게 쿵쾅대며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면.. 냥냥이들 입장에서는 생존에 대한 위협 그 자체가 되겠죠?

아마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공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몇 가지 방법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A. 호텔링: 동물병원이나 고양이 호텔 등에 맡긴다.

B. 기존 집의 방 한 칸을 미리 비워둔 후, 이사 시작부터 끝까지 보호자 1명과 고양이들이 그 방 안에 문을 닫아놓고 있는다.

(이삿짐센터 분들에게는 그 방 안에 들어가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려 놓는다)

새 집에 짐이 전부 들어가고 바닥 청소까지 끝나면, 고양이들을 데리고 새 집으로 이동한다.

C. 새 집에 하루 먼저 보호자 1명과 고양이들이 이동한 후, 그 집의 방 한 칸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이사 당일에는 역시 문을 닫아놓고, 닫아둔 방 안에 들어갈 가구는 거실 등에 두시라고 한 후

이삿짐센터 분들이 철수하시면 보호자들끼리 알아서 정리한다. 고양이들이 모르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고양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대부분 B를 선택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했고요.

A. 호텔링의 경우, 고양이가 1차 새로운 환경(호텔)에 있다가 2차 새로운 환경(새 집)으로 가야 한다는 부담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염병 등에 대한 우려가 좀 있었고, 고양이나 강아지 호텔링과 관련한 좋지 않은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서.. 솔직히 꺼려졌습니다. 물론 관리를 잘 해 주시는 곳이 있겠지만요!

만약 이용을 하셔야 한다면, 보호자 1명이 같이 있을 수 있는지 확인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느낀 것인데 보호자가 같이 있어주는지 아닌지가, 고양이들의 스트레스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C. 새 집으로 미리 가는 옵션도 괜찮으나, 저희는 방 3곳 모두에 저희끼리는 들여놓을 수 없는 큰 짐이 들어가야 했던 관계로 패스했습니다.

옷장, 침대, 냉장고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이삿짐센터 전문가분들의 힘이 필요하죠.

만약 이 부분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고, 이사 전날에 새 집이 공실 상태라면, 가스만 하루 미리 신청해서 난방을 사용 가능하게 하고 전날 고양이들과 미리 옮기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했다는 고양이 보호자분도 계시긴 했습니다만, 이게 부동산법 하에서 완전히 괜찮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엔 따님의 박스 사랑.. 부비적

 

저희는 포장이사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만, B 선택지 이용 시 방 한 칸을 완전히 비워 두어야 했기 때문에

그 방에 있는 짐들은 미리 저희끼리 포장을 했습니다.

 

 

 

헌데 이사 당일에 바보같이 둘 다 늦게 일어나버린 관계로

큰 짐인 화장대와 책상을 거실로 미리 빼두지 못했습니다.

웰집사의 계획대로라면 이 방 안에는 고양이 화장실과 밥/물그릇, 장난감, 스트레스 해소용 간식, 캣닢, 이동장 2개, 보호자 1명의 간단한 짐밖에 남아있지 않아야 했습니다.

결국 격리실 안으로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 게다가 에어컨 분리해야 하는 것도 생각 못 했어.. 바보바보바보바보!!!!

 

그래서 이사 당일 아침은 신경 날카로움의 끝판왕이었습니다.

 

 

 

루시우는 연차(?)가 좀 쌓이면서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고양이가 되어, 밖에서 큰 소리가 나도 매우 무덤덤했습니다만

 

 

 

꽃분이는 완전히 덜덜덜덜 바들바들 떨면서 ㅠㅠㅠㅠㅠㅠㅠㅠ

화장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절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계획 외의 상황!!!!!

 

이럴 때 보호자는 무조건 침착해야 합니다. 같이 패닉하면 절대 안 됩니다.

최대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장난감도 흔들어 주면서(물론 소용없었음) 평정심의 아우라를 밖으로 표출해야 합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복막염과 관련된 공포와 걱정으로, 윗층 버러지들에게 한없는 저주를 퍼붓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복막염은 2세까지 발병하기 쉬운 질환인지라 꽃분이가 2살이 넘을 때까지는 최대한 환경을 바꾸지 않으려 했건만..

 

 

 

격리실로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야 했을 땐

꽃분이를 저렇게 외투로 감싸서 품에 꼭 껴안은 채 벽을 보고 있었습니다.

바깥이 안 보이게 해 주는 게 좋습니다(어차피 보려고 하지도 않음).

 

 

 

드디어 짐이 다 빠짐!

이 때 보호자 1은 기존 집의 격리실에 고양이들과 같이 머물고

보호자 2는 새 집으로 가서 이사 관리를 합니다.

새 집의 바닥 청소까지 끝나서 고양이들이 들어가도 되면, 보호자 2가 보호자 1과 고양이들을 데리러 옵니다.

만약 1인 가구여서 보호자가 1명밖에 없다면.. 고양이들은 잠시 자기들끼리 있어야겠네요.

이사로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고양이가 없어지거나 하는 1/1000000 확률의 사고라도 방지하기 위해, 꼭 인식표(새 창 링크)를 당일 아침까지는 미리 채워 두십시오.

 

 

 

시끄러운 소리가 사라지자 품에서 나오는 꽃분이.

 

 

 

그리고 나름 안전하다고 판단한 모양인 이동장 안으로

 

 

 

보호자 2인 남집사가 데리러 올 때까지 여기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데리러 오기까지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습니다.

 

 

 

솔직히 밥/물그릇은 필요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고양이들은 어리둥절 상태라 안 먹더라구요.

평소 좋아하던 간식, 그리고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는 간식(저희의 경우엔 조공 릴리프. 새 창 링크 클릭), 캣닢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새 집으로 오고 나서, 루시우는 바로 식사와 수분 섭취를 해 주었습니다. 뻔뻔함 만렙 됐음.

(고양이 화장실은 원래 저렇게 식사 공간과 가까이 두시면 안 됩니다!! 짐 정리하느라 잠깐 둔 것임)

 

 

 

니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박스를 좋아하니

 

 

 

꽃분이는 이사한 날 밤까지 계속 이동장에 처박혀서 안 나오고 있다가

밤늦게 집사들이 잠든 후, 나와서 집안탐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바로 식사와 물 섭취, 화장실 이용을 하더군요. 다행히 빠른 적응 ㅠㅠㅠㅠㅠㅠ 고마워 ㅠㅠㅠㅠㅠ

 

적응 기간은 고양이마다 다르니, 각자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세요.

 

 

 

애들 걱정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보호자가 스트레스 받아가며 되도록 완벽 계획을 짜 둬야(저처럼 좀 어긋날지라도 일단), 고양이들이 그만큼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짐 정리하다 말고 큰 웃음 터지게 만들었던 아드님

 

 

 

빨래건조대에 널어 둔 매트리스 커버 위…….

불편한 곳에서도 세상 편하게 있는 극강의 능력

 

 

 

이 캣폴은 좀 낡아서, 버리고 원목 캣폴을 새로 사 주려고 했다가

그래도 새 집에 적응할 때는 자기가 좋아하던 물건이 있는 게 도움이 되어서 갖고 왔습니다.

역시나 엄청 잘 사용해 주고 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전 집에서는 더 이상 생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집을 아주 급하게 알아보고 이사를 한 거라서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많고, 또 예전보다 5평 가량이 좁아져서 저에게는 스트레스가 꽤 있습니다(그리고 여전히 예전 윗층을 저주합니다).

그래서인지 벌써 다음 이사에 대해 생각해 두고 있습니다만, 위에 썼던 대로 격리실을 따로 마련할 수 없는 집 구조라

다음 이사 때는 D 선택지를 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반려동물 동반 이용 가능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는 것입니다.

숙박 관련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반려동물 동반 이용 항목을 포함시켜서 지역별로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용산 정도까지 가야 해서, 멀고 숙박료도 비쌉니다만

고양이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숙박료가 5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지불하고,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죠.

그 정도로, 고양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사에 대한 걱정과 막막함이 클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이 고양이를 데리고 이사해야 하는 보호자분들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사 시에는 되도록 고양이들과 함께 있어 주세요. 꽃분이가 심하게 떠는 반응을 금방 멈췄던 것에, 보호자의 존재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웰집사네는 내집마련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한 해를 보내야겠어요.

그리고 아래는 <고양이를 부탁해> 이사편 Youtube 영상입니다. 고양이를 데리고 이사해야 할 때의 꿀팁들을 나응식 수의사님께서 알려 주시니 꼭 참조!

 

 

 

꽃길 걷는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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